[이코노미인사이트, 8/2011] 좋은 기업의 이면 Avec Nari News

티셔츠도 여행을 한다! 세계적인 유명 브랜드가 찍힌 라벨을 등에 새기기 전까지는…. <이코노미 인사이트>가 이 티셔츠의 여행을 함께 해봤다. 미국 텍사스의 면화농장에서 선택받은 면화는 방글라데시 다카에서 티셔츠의 모습을 갖춘 뒤, 말레이시아에서 유럽으로 운반된다. 티셔츠는 유럽 소비자에게 4.95유로에 팔리지만, 그 가격에 노동자의 꿈도 포함돼 있을까? _편집자주

1. 10년 동안 오르지 않는 티셔츠 가격의 비밀

(중략) ‘H’와 ‘M’이 쓰인 티셔츠가 그의 앞에 놓였다. 두 알파벳은 세계에서 손꼽을 만큼 부유한 스웨덴 의류업체인 ‘헤네스 앤드 마우리츠’(H&M)의 상표이며, 이 회사는 38개국에 2,078개 매장을 가졌다. H&M 매장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H&M 의류의 특징은 품질이 우수한데도 가격이 아주 싸다는 것이다. 재킷은 약 30유로(약 4만5천원), 청바지는 약 20유로(약 3만원)다. 그것보다 더 싼 옷은 티셔츠다.

이 티셔츠는 하얗고 평범하며 목둘레가 둥글다. 10년 전 이 티셔츠는 H&M에서 9.90마르크에 팔렸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4.95유로(약 7500원)면 살 수 있다. 10년 동안 빵, 소시지, 전기 등 모든 것이 비싸졌다. 물가가 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H&M 티셔츠는 예외였다. 지금 4.95유로인 이 티셔츠보다 더 싼 티셔츠를 찾기란 쉽지 않다.
 
H&M은 85쪽에 달하는 ‘지속 가능성 보고서’를 해마다 발행한다. 이 보고서에는 “H&M이 어린이들에게 일을 시키지 않으며 착취나 환경파괴를 하지 않는다”고 쓰여 있다. ‘우리는 선한 기업에 속한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말이다. 어떻게 한 기업이 선하면서 동시에 그토록 싼 티셔츠를 팔 수 있는가?

이런 질문에 가장 쉽게 답해줄 수 있는 사람은 바로 H&M 본사에 있을 것이다. 본사는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에 있다. 전세계에 똑같은 셔츠를 공급한다는 원칙에 따라 그곳 1층에 있는 매장에서는 도쿄나 베를린이나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것과 똑같은 옷을 팔고 있다. 본사 2층에는 수석 디자이너나 지속 가능성을 담당하는 부서 직원이 일하는 사무실이 있다. 하지만 아무도 어떻게, 어디서, 그리고 누가 티셔츠를 생산하는지 말해주지 않았다. H&M 쪽은 “경쟁 때문에 아무런 정보도 줄 수 없다”고 했다. H&M이 그 경로를 가르쳐주지 않기에 티셔츠가 생산된 경로를 찾아 따라가려면 탐정을 고용할 수밖에 없다. H&M 같은 대형 의류업체의 일을 잘 알고, 원자재인 목화가 가장 싸게 재배되는 방법과 의류 직물이 가장 싸게 생산되는 곳, 즉 의류 직물 분야에서 세계 최저 임금이 지급되는 곳과 완성된 의류를 가장 싸게 유통하는 방법을 잘 아는 사람 말이다. 바로 호르스트 샴 같은 이다.

(중략) 만일 이 티셔츠의 비밀을 알고 싶다면 먼저 서쪽으로 떠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곳에서 티셔츠 생산이 처음 시작되기 때문이다. 러벅은 미국 텍사스 북부에 있는 농업도시다. 22만5천 명의 주민은 대부분 목화와 관련된 일을 한다. 그들은 목화를 경작하거나, 연구실에서 면화 연구를 하거나, 외국에 이를 내다 파는 일을 한다. 딘 배더먼이 집을 나선 때는 이른 아침이다. 그는 농장을 가로질러 가고 있다. 동생 집과 부모님 집을 거쳐 농장 건물을 지나고 트랙터와 경작지들을 지났다. 그 농장은 웬만한 바이에른주의 시골 마을만큼 크다. 배더먼은 목화밭에 서서 가지 사이를 들춰보았다. 그는 미국 텍사스주를 상징하는 파란 바탕에 하얀 별이 박혀 있고 하얀 줄과 빨간 줄이 그려진 야구모자를 쓰고 있다. 그는 주머니에서 작은 칼을 꺼냈다. 그리고 가지에서 열매를 뜯어 잘라보고 만져본 뒤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9월 말이고 몇 주가 더 지나 이 열매가 활짝 열리면 면을 짤 수 있다. 열매는 부드럽고 복슬복슬한 눈송이처럼 가지에 달리게 된다. 그러면 그는 하루에 12시간씩 면화를 수확할 것이다. 배더먼과 그의 동생, 82살 된 아버지는 수확용 기계를 운전해 수확한다. 수확용 기계는 크기가 잔디 깎는 기계만 하다. 기계를 운전하면서 그들은 FM 라디오 채널 <러벅, 최고의 컨추리 뮤직>을 들을 것이다.

딘 배더먼은 농부일 뿐 아니라 발명가이기도 하다. 그의 집 선반에는 금과 나무로 장식된 증명판이 있다. 증명판에는 ‘미국 특허 6018938’이라고 적혀 있고, 그 밑에는 ‘효율이 뛰어난 면화 수확 기계’라고 쓰여 있다. 농장 마당에 서 있는 기계에는 ‘존 디어 7460 면화 수확 기계’라고 이름 붙여졌다. 배더먼은 이 기계를 개선해 한 번에 면화밭 여덟 고랑을 수확할 수 있게 했다. 그는 하루에 300명분의 일을 해치운다.

의류 전문가인 호르스트 샴은 H&M 티셔츠에는 면화 400g이 들어간다고 했다. 2009년 초 400g 면화 가격은 0.40유로에 지나지 않았다. 원재료가 싸기 때문에 티셔츠 가격이 싼 것이다. 원자재가 싸다는 것은 그것이 필요한 양보다 많이 생산됐음을 뜻한다. 면화는 딘 배더먼처럼 신식 기계를 이용해 대량 재배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생산량이 너무 많아진 것이다. 존 디어 면화 수확 기계가 바로 티셔츠를 싸게 만들었고, 이것이 4.95유로 티셔츠에 숨겨진 첫 번째 비밀처럼 보인다. 이것은 H&M의 지속 가능성 보고서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은 정당한 방법이다. 한 미국 농부의 발명 덕에 더 이상 아프리카 출신 노예들처럼 허리를 굽혀 면화를 따지 않아도 된다. 이 기계의 효율성을 감안하더라도 면화 가격은 거의 거저나 다름없다. 왜일까?

2. 미국, 2009년에만 면화 농가에 250억달러 지원

여기엔 또 다른 비밀이 있다. 바로 ‘40만5,089달러’로, 이것은 지난 10년간 배더먼 가족이 미국 정부에서 받은 농촌지원금이다. (중략) 미국에는 1만9천 명의 면화 농부가 있다. 2009년 이들은 250억달러를 정부에서 지원받았다. 이 돈에 혹해 그들은 매해 계속 면화를 재배하는데, 이것은 티셔츠 100억 장을 만들 만한 양이다. 그래서 면화 가격이 내려가 티셔츠 가격도 싼 것이다. 미국 납세자들은 미국 농부들에게만 지원금을 준 것이 아니라, H&M이 만드는 티셔츠에도 지원금을 댄 것이다.

인도와 아프리카에는 면화 농부 1천만 명이 있다. 그들은 정부에서 한 푼도 받지 못한다. 오직 세계시장에서 돈을 받을 뿐이다. 2009년 초까지 이어진 지난 몇 년간의 면화 가격 하락은 그들이 살 터전을 허물어뜨렸다. 서아프리카에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어 농토를 떠난 농부가 1만 명에 달한다. 그들은 도시 슬럼가로 이동했다. 인도에서는 농부 수천 명이 농약을 삼키고 죽었다. 이 화학약품은 그들이 해충을 죽이기 위해 농토에 뿌리려고 산 것이었다.
 
(중략) 지난해 하반기 면화 가격 곡선은 파란색으로 성공적인 주식처럼 급격한 상승세를 그렸다. 지난 몇 년간의 하락 경향을 뒤집은 것이다. 지난해에는 그동안 일어나지 않은 일이 벌어졌다. 우선 중국 면화 재배 지역의 날씨가 아주 나빴다. 파키스탄에서는 홍수 때문에 면화가 모두 잠겼다. 면화 수확량이 갑자기 줄어들면서 가격이 상승했다. (중략) 티셔츠 하나에 들어가는 면화 400g은 0.40유로가 아니라 거의 1.00유로에 육박하게 되었다. 원자재 가격이 비싸진 것이다. 이제 티셔츠가 왜 싼지 알아보려면 다른 곳으로 가야 한다. 면화 가격이 오르면, H&M의 티셔츠가 어떻게 싸게 생산됐느냐가 아니라 ‘앞으로도 이 가격에 계속 생산할 수 있는가’가 쟁점이 된다.

3. 열악한 노동환경 : 최저임금 이상이면 된다?

수확한 면화는 배에 실어 운송한다. 면화는 미국을 떠나 바다를 건너 아시아에 도착했다. (중략) 방글라데시는 가난한 나라이고, 전세계 옷장을 채워주는 곳이기도 하다. H&M은 다카에 공장이 없다. 이것이 티셔츠의 저렴한 가격에 숨겨진 또 하나의 비밀이다. H&M은 중국이든 캄보디아든 방글라데시든 가장 값이 싼 곳에 제품을 주문한다. 다카에는 3천여 개 의류공장이 있다. 이 티셔츠는 어느 곳에서 만들어졌을까? 바지와 셔츠 외에는 전세계 시장에 내다 팔 것이 없는 이 나라에서 가장 권력이 있는 사람들은 의류공장 경영자다. 개발 지원가들이 이 권력자들이 누구인지 힌트를 주었고, 노조원들은 직접적으로 이들의 이름을 말해주었다. 하지만 기자가 찾아갔을 때 그들은 기자의 질문에 한마디도 답하지 않았다. 이런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려면 단 한 가지 방법이 있다. 서구 기업의 컨설팅업체 직원인 척하는 것이다. 그러자 그들 중 한 사람이 우리가 추적한 ‘좁은 목둘레의 평범하고 부드러운 티셔츠’가 전시된 방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티셔츠에는 H&M 로고와 ‘4.95유로’라는 가격표가 붙어 있다. (중략)

나즈마는 재봉틀 옆에 서 있다. 그녀는 작고 말라서 나이보다 훨씬 어려 보인다. 나즈마는 재봉 담당이 아니다. 작은 가위로 실밥을 제거한다. 그녀는 목둘레 바느질을 점검한다. 바로 H&M이 올해 새로 주문한 좁은 목둘레다. 한땀한땀 점검하는 것이 그녀의 일이다. 재봉틀이 놓인 맨 마지막 줄에는 ‘250’이라고 쓰인 판이 붙어 있다. 그것은 1시간당 셔츠 250벌을 그녀가 점검해야 한다는 뜻이다. 꼼꼼히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물은 적게 마셔야 한다. 물을 많이 마셔서 화장실에 다녀오면, 시간당 250벌이라는 목표를 채울 수 없다. 싼 티셔츠의 비밀은 화장실 가는 것을 참아내는 나즈마의 능력에도 감춰져 있다. H&M 티셔츠를 생산하면서 몇 달 동안 그녀는 하루 10~12시간씩, 일주일에 6~7일간 일했다. 이 티셔츠는 미국 뉴욕, 독일 함부르크, 홍콩의 H&M 매장에서 팔릴 것이다.

몇 년 전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에 있는 주요 의류회사 매장 앞에서 데모가 일어났다. 이 데모를 통해 의류 생산 공장들의 근로여건이 폭로됐다. 구타와 아동노동 착취 등도 문제가 되었다. 노동자를 동물처럼 대한다는 진술도 이어졌다. 이런 데모는 의류기업들의 이미지를 위협했다. 의류기업들은 서둘러 모든 생산공장에 적용할 규칙과 금지 목록을 작성했다. H&M도 행동강령을 발표했다. 아동노동과 노동자에 대한 폭력을 금지하고, 화재 대비책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H&M의 지속 가능 보고서는 이와 관련해 “우리는 H&M의 성공에 이바지한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해 책임이 있다. 우리의 하청공장과 그곳 노동자들에게도 말이다”라고 밝혔다.(중략)

의류생산직에 근무하는 나즈마의 일생은 고된 노동으로 이어져 있지만, 다카의 공장이 그녀에게 노동의 고달픔만 준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독일 프랑크푸르트나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H&M에서 쇼핑하는 젊은 여성들의 자유로운 삶에 조금이나마 다가섰다.
이런 이야기는 H&M 홈페이지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홈페이지에는 H&M이 방글라데시에서 물건을 제작함으로써 얼마나 많은 긍정적인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묘사돼 있다. 이런 글을 읽은 사람들은 ‘강압적인 노동이 금지됐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나즈마에게 직접 듣는 얘기는 좀 다르다. 그녀가 시간당 셔츠 250벌의 작업을 끝내지 못하면 누군가가 호통을 친다. 물론 구타당하지 않는다는 것은 ‘H&M 행동강령’이 발효되면서 나아진 점이기는 하다. 나즈마 같은 여성에게 일거리를 준 H&M이 선한 기업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가장 가난한 나라에 속하는 방글라데시에서조차 하루 1유로의 임금으로 생활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간과한 결론이다. 그녀의 월급은 3,500타카, 즉 36.00유로(약 5만4천원)이다. 이 많지 않은 금액도 초과근무 수당까지 포함해서 겨우 도달한 것이다. 계산해보면, 그녀는 고된 초과노동의 결과로 하루에 1.18유로를 버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싼 티셔츠의 두 번째 비밀이다.

H&M의 행동강령은 노동자의 존엄성에 대해 말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노동자가 얼마를 받아야 하는지는 다루고 있지 않다. 최저임금보다 낮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유일한 규정이다. 행동강령은 노동자에게만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H&M에 대한 평판도 높여준다. 하지만 이 강령은 오직 노동자들이 인간답게 대우받아야 한다는 것만 담고 있다. 얼마나 적은 임금을 받고 있는지는 언급하고 있지 않다. 이렇게 해서 H&M은 좋은 기업으로 보이면서도 싼 물건을 공급하는 데 성공했다.

다카의 노동자 임금은 19세기 독일 재봉사와 비슷한 수준이다. H&M의 사업모델은 이 격차에 기초를 두고 있다. 현재의 가격은 19세기 수준의 생산원가가 있기에 가능했다. 19세기 수준의 임금으로는 H&M 티셔츠를 살 수 없다. 그리하여 H&M을 통해 세상은 둘로 나뉘었다. 한쪽은 티셔츠가 팔리는 매장의 세상이고, 또 다른 쪽은 이를 생산하는 공장의 세상이다. (중략)

지난 7월15일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서 벌어진 시위 현장에서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어느 순간 돌이 날아왔고, 경찰들은 여성 노동자들을 공격했다. 나즈마는 가까스로 그곳에서 달아났지만, 몇몇 여성 노동자들은 그러지 못했다. 이 끔찍한 장면이 사진기자들에 의해 찍혔다. 어두운 제복을 입은 경찰들이 빨갛고 노란 인도 정통 의상 사리를 입은 작은 여인들에게 최루가스를 쏘는 모습 말이다. 마지막에는 정부가 나섰다. 정부는 최저임금을 상향 조정하기로 결정했다. 나즈마는 초과근무 수당까지 합치면 한 달에 5천타카(약 53.00유로)를 벌 수 있을 것이다. 이로써 그녀는 집에 좀더 자주 돈을 부칠 수 있게 되었다. 반면 두랄브러더스는 더 많은 생산비용을 지출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 회사는 완성된 티셔츠를 얼마에 팔아 넘기는 것일까? 공장 경영자는 약 1.35유로라고 말해주었다. 하지만 그는 ‘이제까지는’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이제까지’라는 것은 면화 가격이 싸고 임금이 낮았을 때까지라는 말이다. 면화 400g을 사는 데 0.40유로가 쓰였으니, 천을 짜고 재봉하는 과정에 0.95유로가 지불된 것이다. 이렇게 낮은 금액에 넘김으로써, 두랄브러더스는 H&M으로부터 새로운 재봉틀을 사고 기사 딸린 도요타를 타고 다닐 정도의 충분한 이익을 얻게 되는 것이다. H&M은 ‘티셔츠 1장당 1.35유로’라는 구체적인 수치에 대해서는 전혀 이야기하지 않는다. (중략) 샴은 방글라데시에서는 아무리 비싸다 해도 티셔츠 1벌의 생산가가 1.40유로보다 높지 않다고 했다. (중략) 이 값싼 티셔츠는 방글라데시에서 아무런 가치가 없다. H&M은 이것을 팔기 위해 공장의 세계로부터 매장의 세계로 옮겨야 한다.

4. 0.06유로 운임으로 뱃길 7300km 운반

H&M 4.95유로의 가격은 부가가치세를 제외하면 4.16유로의 돈이 H&M 수중에 들어감을 뜻한다. 그중 1.35유로는 하청공장에 지급됐다. 이제는 다카에서 일직선상으로 7300km 떨어진 독일로 이 티셔츠를 가장 싸게 운송하는 것이 문제다. (중략)

미국 텍사스 면화에서 시작해 방글라데시 다카의 노동자 손을 거쳐 만들어진 티셔츠들도 바로 이 컨테이너에 실려 있다. 그 컨테이너는 방글라데시의 유일한 항구인 치타공에서 왔다. 방글라데시에서 말레이시아로 옮겨진 컨테이너들은 이 선착장에서 유럽으로 가는 배를 기다리고 있다. 모하메드 에자슬리라는 깡마른 남자가 그것들을 옮길 것이다. (중략) 컨테이너 바깥쪽에는 파란 바탕에 하얀 별들이 그려져 있다. 이것은 세계에서 최고로 규모가 큰 덴마크 운송회사인 마에르스크의 로고다. 마에르스크는 미 해군보다 2배 더 많은 선박을 소유하고 있다. 티셔츠를 실어나를 카르스테 마에르스크호도 그중 하나인데 길이가 347피트로 항공모함보다 길다. (중략) 이 배는 컨테이너를 9천 개 정도 실을 수 있다. 에자슬리는 크레인을 이용해 블록을 쌓듯이 차곡차곡 컨테이너를 쌓는다.
 
화물 운송 방법 개선으로 운임이 낮아져

과거에 화물선은 호화 유람선보다 크기가 작았다. 그런데도 화물을 적재하는 데 며칠이 걸렸다. 물건들이 그물망이나 큰 주머니에 실리거나 화물운반대에 얹혀 적재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해로로 운송된 티셔츠는 값이 비쌀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화물선들이 컨테이너 적재 방법의 효율성을 높여 수송 비용이 낮아졌다. 오늘날 방글라데시에서 독일로 화물을 운송하는 비용은 대략 컨테이너당 2,800유로다. 이것은 시장가격일 뿐이다. H&M 같은 주요 고객은 25% 정도 할인된 가격으로 물건을 운송한다고 호르스트 샴이 말했다. 그러니까 컨테이너당 2,100유로 정도인 셈이다. 컨테이너는 높이 12m, 폭 2.5m다. 계산해보면, 컨테이너 하나에 약 3만4천 벌의 티셔츠가 들어간다. 티셔츠 한 벌당 0.06유로인 셈이다. 이렇게 컨테이너 운송을 통해 운송비를 낮추는 것이 싼 티셔츠의 또 다른 비밀이다. 이 티셔츠가 3주 뒤 바다를 통해 독일로 운송됐을 때, H&M은 원자재와 생산과 운송 비용으로 약 1.40유로를 지급한 셈이 된다.

문제는 현재 컨테이너들이 충분히 있지 않다는 것이다. 경제난으로 운송업체들이 컨테이너 수를 늘리지 않았으나, 경제난은 생각한 것보다 크지 않았고, 공장들은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선박들은 티셔츠며 운동화며 카메라로 꽉꽉 차기 시작했다. 운송업체들은 다시 호황을 맞았다. 마에르스크는 지난 1월부터 컨테이너 가격을 500달러 올렸다. 면화 가격, 최저임금, 운송비용 등 티셔츠 가격을 이루는 주요한 요소의 가격이 계속 비싸지고 있다. 만일 상승된 생산비용을 판매가격에 붙여 계산한다면 이제 티셔츠 판매가격은 5.60유로가 되어야 한다.
 
누군가는 가격이 조금 오른다고 뭐가 문제냐고 할 수도 있다. 누군가는 5.60유로가 여전히 싸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틀린 이야기다. 호르스트 샴은 “4.95유로는 마법 같은 가격으로서 함부로 바꿀 수 없다”고 말한다. 티셔츠 한 벌이 4.95유로인 것에 고객이 이미 익숙해져 있다는 것이다. 마치 슈퍼마켓에서 초콜릿을 살 때 1유로 이상은 절대로 내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H&M의 모토는 ‘가장 낮은 가격에 품질도 좋고 유행에도 뒤처지지 않는 상품을 생산한다’이다. 티셔츠 가격 5.60유로는 더 이상 가장 뛰어난 가격이 아니다. H&M의 모토에 어긋나는 것이다. (중략)

5. 티셔츠를 많이 주문할수록 할인율이 더 높아진다

말레이시아를 떠난 화물선은 수에즈운하와 지브롤터해협을 지나 독일에 도착했다. 이제부터는 ‘매장의 세계’다. ‘돈에 따라 세상이 움직인다’는 고리타분한 옛말이 있다. 하지만 이 세상을 움직이는 돈을 누가 가지고 있는지 생각한다면, 이 옛말은 더 이상 고리타분하지 않다. 이 세상을 움직이는 돈을 가진 이들은 530억달러에 달하는 재산을 가진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시자 빌 게이츠가 아니다. 470억달러를 가졌다고 추정되는 금융투자가 워런 버핏도 아니다. 세계에서 최고 부자라고 손꼽히는 사람들의 부는 런던이나 로스앤젤레스나 두바이에서 길을 걷다 쇼핑몰에 들어가는 수많은 이들이 가진 돈에 비하면 규모가 작다. 전세계 인구 20%에 달하는 15억 명이 H&M에서 옷을 사입을 수 있을 만큼 경제적 능력이 있다. 사회학자들은 이들을 ‘세계적 소비계층’이라고 부른다. 이 계층이 가진 재력은 1850억달러에 이른다. 이 계층들이 있기에 광고업체와 톱모델과 이미지 캠페인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 계층이 바로 문제가 되는 싼 셔츠를 구입하는 사람들이다. (중략)

“H&M은 왜 생산업체 운영자들에게 최저임금만을 지급하라고 했을까요? 왜 여공들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임금을 지급하라고는 하지 않았을까요?” “H&M은 왜 생산업체에서 행동강령이 잘 준수되고 있는지를 자사만이 시찰할 수 있고, 다른 독립적인 감시 기관은 할 수 없도록 하는 거죠?” 사람들은 왜 커피 한 잔 값 정도로 낮은 가격의 티셔츠를 필요로 하는가? 티셔츠를 사기 위해 커피 두세 잔 값을 지급하는 일이 그토록 힘든가? 커피 두세 잔 값을 낼 만한 여력이 충분히 있지 않는가? 하지만 세계적인 소비계층은 이런 질문을 하려 하지 않는다. 단지 물건을 구입할 뿐이다.

티셔츠당 4.16유로가 H&M에 돌아간다. 물건 생산과 운송에 들어간 1.40유로를 제외하면 2.76유로가 H&M에 남는다. 그 다음 2.00유로 정도가 매장 임대료와 독일 내 운송비, 판매원이나 회계사의 임금, 광고 및 카탈로그 제작비로 빠질 것이다. 티셔츠 라벨에는 ‘메이드 인 방글라데시’라고 쓰여 있지만, 4.16유로의 많은 부분이 독일에 남게 된다. 최종적으로 티셔츠당 순익은 0.60유로가 된다.

H&M이 전세계적으로 수백만 벌을 판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 싼 티셔츠가 엄청나게 많은 돈을 벌어들이는 것이다. H&M은 이런 숫자에 대해 아무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다른 의류 전문가들, 예를 들어 롤란트 베르거 컨설팅에서 나온 사람들도 이런 계산이 옳을 거라고 생각한다. 문제의 티셔츠는 이제 H&M 매장에 걸려 있다. 이 매장은 ‘슈피’라고 불린다. 함부르크 슈피탈러 거리 12번지에 있는 H&M 매장을 사람들은 이렇게 부른다. 슈피 매장은 독일에서 큰 매장 중 하나다.

(중략) H&M에서 성은 필요 없다. 모두 그냥 이름만 부른다. 상사에게도 높임말을 쓰지 않는다. 이 기업은 직원을 가족같이 생각한다. H&M은 사실상 지구에서 가장 큰 가족이다. 안네는 6개월 전에 대입시험을 치렀다. 그 뒤 진로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제까지는 옷을 사기만 했던 곳에서 일해보자는 생각을 했다. 그녀의 성은 슈미트였다. 안네 슈미트는 H&M이 맘에 든다고 했다. 이 기업은 다양성이 있고 변화하고 있다고 했다. 며칠 전 매장으로 프랑스 랑뱅의 수석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특별 컬렉션이 도착했다. 벨벳 정장과 어깨가 뾰족한 재킷 등 오트쿠튀르 의상을 몇십유로에 살 수 있었다. 당연히 수량은 한정됐고, 새벽 4시부터 사람들이 슈피 매장 앞에 줄을 섰다.

얼마 뒤 의류생산직 노동자인 나즈마가 방글라데시 다카에 있는 공장 뒷마당에서 처음으로 새로 책정된 임금을 받아 세어보고 있다. 그녀는 5천타카 이상을 기대했다. 하지만 그녀는 4천타카(약 42.00유로)를 조금 넘는 돈을 받았을 뿐이다. 이 의류공장은 월급에서 나즈마가 공장에서 일한 지 3년이 된 해부터 받던 보너스를 없애버렸다. 캄보디아나 베트남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면 두랄브러더스사는 생산비용을 낮춰야 한다. 티셔츠는 앞으로도 계속 싸게 생산될 것이다.

면화 가격 또한 지난해 말부터 조금씩 하향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최고 정점을 지났다고 말한다. 과거에 가격이 정점에 있었던 때를 살펴보면 알 수 있듯이, 면화 가격이 올라가면 세계 곳곳의 농부들은 이 작물을 점점 더 많이 심는다. 미국도 지난해보다 올해에 1.5배 많은 면화를 수출했다. 곧 지나치게 많은 면화가 세계시장에 나올 것이다.

H&M은 티셔츠 가격을 계속 낮게 유지할 것이라고 공표했다. 이 기업은 대중이라는 막강한 힘에 기초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H&M은 세계에 220개 매장을 새로 열었다. 모스크바나 이스탄불에서도, 상하이나 서울에서도 똑같은 티셔츠를 살 수 있다. 매장의 세계는 넓다. 매장 수가 늘어난다는 것은 점점 더 많은 티셔츠가 팔린다는 것을 뜻한다. 그리고 H&M이 두랄브러더스사에 티셔츠를 많이 주문할수록 할인율이 더 높아진다. 티셔츠 수량이 많기 때문에 그 가격이 낮아지는 것이다. 이것이 싼 티셔츠에 숨겨진 마지막 비밀이다. 사람들이 티셔츠를 많이 사면 티셔츠 가격은 계속 싸게 유지될 것이다. (이하 생략).

저자 : 볼프강 우하티우스 Wolfgang Uchatius <디 차이트> 기자
출처: 이코노미인사이트(8/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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